[건축공간] 아파트 공간이 미치는 비인간화 효과(2)
Journalist : 창조마을 | Date : 21/12/02 1:09 | view : 13075
 

1. 아파트엔 '소파'가 있다.

우리나라 전통 가옥 구조에는 '대청마루'가 있다.
대청마루는 안방과 건너방을 이어주는 공간이다.
그러나 단순히 마당에서 안방과 건너방으로 이동한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대청마루'는 집안 전체의 채광과 환기를 담당하는 설비이기도 하다.
마당에서 햇빛에 대워진 공기가 상승하면,
뒤켠의 시원한 공기가 대청마루를 통해서 마당 쪽으로 순환된다.

그리고, 대청마루는 가옥구조에서 마당과 축을 같이 하는
집안의 중심 축이다.
이는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에 있어서나
외부 손님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나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중요한 '사회적 터'이다.

아파트 공간에서 '대청마루'와 비슷한 공간이 바로 '거실'이다.
그러나 아파트의 '거실'과 전통 가옥의 '대청마루'가 차이나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아파트엔 '소파'가 있고, 전통 가옥에는 '텅빈 공간'이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거실'엔 거의가 '소파'와 TV가 있다.
그 이유는 '거실'을 텅 비울 수 없기 때문이다.
아파트 평면의 거실은 현관 입구로부터 평평하게 이어진다.
이는 공간의 계층이 만들어내는 흐름이 입체적이지 못하게 되는 원인이다.

'공간의 계층'이라는 것은
마치, 물이 상류에서 하류로 흐를 때,
강의 되고, 그 주변에 물이 공급되어 산천을 이루듯이
공간도 높고 낮음을 통해서 흐름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같은 것이다.
공간도 '흐름'이라는 것이 있어야
각각은 공간은 의미가 있게 되고 나름의 '터'가 형성되는 것이다.

그런데, 아파트 공간은 마치 '고인물'과 같다 할 수 있다.
고인물은 시간이 지나면 썩게 마련이다.
아파트 평면은 고저 없이 벽으로만 구획이 나누어져 있다.
당연히 입체적일 수 없게 된다.
즉, 시간이 흐르면 정체된 공간이 될 수 밖에 없는 공간이다.

아파트 거실의 '소파'는 그나마 높낮이를 만들어내는 장치이다.
그러나 '소파'는 그 자체로 '고정'되어 있다.
그리고 '소파' 앞에는 TV가 있어서
'소파' 자체가 가지고 있는 입체감 조차도 TV로 다 빼앗겨 버린다.

사실, '소파'도 없는 것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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