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작가 - 문형태
Journalist : artvil | Date : 11/07/07 12:02 | view : 246702
 





작가노트 : 길 위의 메모를 돌려주는 역할


나의 작업이 바스키아의 비문법적인 형태를 닮았는지, 큐비즘의 구도와 코브라그룹의 색채, 쟝 드뷔페가 열망하는 어린아이의 도식을 지향하는지, 구체적으로 고민해본 적은 없었다. 분명히 나의 작업이 추상표현주의를 따르거나 자유구상회화의 단면이 보여지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환원과 확산이라는 반복적인 고리가 현대미술의 주안이라면 내가 사회로부터 영향받은 표현기법과 의도들 또한 나의 개인적인 역사속에서 자연스러운 것이라 믿는다. 오히려 그 것보다 회화의 죽음을 이야기했던 첨단 미술의 시장에서 아직까지도 물감을 찍어바르는 고단함에 대해서는 날마다 고민한다. 물론 비교적 간결하게 아직까지도 나는 그리기 자체를 동경한다고 대답하면 그만이다.

사람들은 나의 작업이 연작 없는 즉흥적인 일기라고 했다. 그 것은 한 개인의 다큐멘터리로 보여질 수도 있다. 저녁식사 메뉴를 그리거나 소소한 일화 속에서 떠오르는 것들을 표현하는 것들은 365일 새로운 즉흥적 일기로 보여 지지만, 365일 동일한 작업자가 겪는 경험이라는 면에서는 연속된 삶 속에서의 연작이 맞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바로 이 것 뿐이다. 365일 같은 침대에서 일어나는 시각적인 연작이 아니라 365일 같은 침대에서 꿈꾸는 새로운 일루젼의 연작 말이다. 그 것은 같은 옷을 입고 매일 매일 다른 색깔을 찍어내는 일이며 체험하는 일상적 경험들이 오롯이 나라는 주체에 담는 기억의 카테고리 안에서 변질되거나 미화되거나 혹은 상징화되는 초현실적 표현에 더 가깝다. 나는 삶을 정의하기 전에 과정만 말하고 싶을 따름이라고 고백하고 싶다. 삶 자체가 태어남과 죽음을 포함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그 두 지점을 뺀 가운데 부분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이 것은 자동차와 같다. <이동>이란 출발지와 목적지를 전제하고 시작되지만 <드라이브>란 목적지가 없다. 드라이브란 운전 자체가 목적이 되기 때문에 삶과 닮았다. 엑셀과 브레이크를 반복적으로 조작하는 모습이 길 위의 모든 운전자들이 갖는 공통된 개념이라면 나는 예술가란 공통된 개념과 새로운 패러다임 사이를 오고가는 이방인으로서의 임무를 맡았다고 믿는다. 여기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놀라운 창조가 아니라 지나쳐 온 풍경들을 잊지 않고 이야기해주는 발견이며 길 위에 떨어뜨린 메모를 본래의 주인들에게 되돌려주는 역할에 지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 언제나 나는 내가 그릴 수 없는 것들을 그려내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나의 구체적 일기들은 사건과 현상에 그칠 뿐이지만, 그리기 불가능한 <이야기>란 나의 그림 앞에 서서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당신이 나타났을 때 비로소 대화가 시작된다. 나는 내가 화면속에서 삭제한 이 이야기들로 인해 말하고자 했던 것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믿는다.

안가요 41x32 oil on canvas 2011

Driver 65x91 oil on canvas 2011

I'm not a soldier 41x61 oil on canvas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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